꽃 몸살 강우현 병점성당 벚나무 아래 응답받지 못한 기도만 서성이는 저녁 꽃들의 유혹 고봉이다 죄인처럼 고개 떨군 로만칼라는 무슨 방패로 막아내느라 게으른 일꾼처럼 걷나 신부와 사내가 싸우면 주먹 쥐고 대드는 놈은 어쩌나 이 봄날 흠씬 때리고도 심장이 서늘히 아플 짐승 부를 수 없는 이름 만삭일 텐데 바닥 환하도록 꽃바구니 몽땅 엎어야 끝나는 싸움 비버 이빨 같은 촉이 파랗게 돋아야 하는데 도진 꽃 몸살 이승의 갈림길 넘어가느라 우묵한 그늘 오달지게 까맣다 신과 사람이 한 끗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