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웃음은 짝퉁이다
강우현
단풍은 가을용 장식이다
그리움이나 쓸쓸도 단풍 같은 마음속 장식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명암 엇갈리는 경계에서
기우는 자리의 수평을 읽는다
바람 속 헤매는 추락의 기분을 잠재우고
걸어온 길에 놓쳐버린 계획을 더듬어
단풍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그늘이 짙어진 늦가을은 인정하기 싫지만
중심을 향해 단호해도 선택권 없는 계절이다
옹이 품은 느티나무는 쿨한 척 두 손을 털고
요양원 실려갈 걱정 없이 봄으로 방향을 틀었다
순응해야 회복되는 마음과 마음 사이만
시간의 벼랑으로 떨어지든지 떠밀리든지 선택이 남았다
그리움은 과거에 주소를 두어 연락이 끊기고
별 하나 유효기간 얼마 남지 않은 듯
믿었던 자식의 새파란 변명을 읽는다
ㅡ아빠 사랑해, 내 맘 알지
내 맘은 혼자만 아는 천리
미움도 후회도 제거한 박제된 웃음이 번진다
기쁨을 닮은 전혀 다른 짝퉁
약속한 시간으로 길갈요양원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