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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봄, 봄이니까요

愚賢 2022. 12. 13. 13:28

당신과 헤어져야 해요

팔이 저려요, 몸이 분침을 따라 돌아요

텔레비전을 보는데 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다니던 길이 지워져요

갑자기 바람이 손을 잡아요 

눈이 오네요

길이 미끄러워 누군가 넘어지는 소리 

너무 아파서 울지 못해요

바람이 그길을 지나가야 한대요

갈 수밖에 없어요

당신은 신발을 짝자기로 신고 앰뷸런스를 탔어

내 옷은 하얀 시트로 덮여 있고

당신 가슴에 비가 내려요

닦아도 닦아도 닦아지지가 않아요

나는 꽃 핀 들판을 지나는데 자꾸만 울음소리가 들려요

울지 말아요

돌아보면 안 돼요

불을 켜요 

밥도 먹고 잇몸 보이도록 웃어요

교회 갈 때는 밝은 색 외투 입고요

나를 위해 기도하지 말아요 나는 봄

봄이니까요

응급실에서 챙긴 내 머리카락도 태워버려요

봄엔 겨울이라는 단어가 없어요

내 입술에 당신의 마지막 인사는 아직도 따뜻해요

지상의 기억은 다 지워야하는데  

울지 말아요 나는 봄

봄이니까요

나비가 날면 나는 거기 있어요

당신과 하나 되던 그 철쭉 만발하는 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