愚賢 2022. 12. 8. 07:02

인연

 

강우현

 

경포대까지 와서 침묵하던 당신을 알 수 없었다

 

마지막 인사 붉어질 때 입꼬리 조금 떨렸지만

따라가겠다고 나서지 못했다

 

한 발 앞서 갔으니

순간이라 해도 서로 다른 길

사람들 소리 나목을 휘돌아가는 바람처럼 들렸다

더 이상 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엄마가 말했다

 

같이 바라본 하늘이 아직도 늙지 않은 여기

우리는 오래전 돌아간 기억을 지운 채

다시 슬픔을 시작했고

흙이 되어도 좋고 바람이 되어도 좋았다

 

같이 걷던 모래사장에

발자국 하나 탑으로 쌓았으니

천년만년 지나 기단 하나 올리러 온들

당신이 안았던 일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홀로 바라보는 노을은 

시작부터 지워지던 한 생

마지막 문을 열고 가는 뒷모습이 붉다